
[ 국민 ] 할로윈 메이트
w. 작가
happy halloween.
제이케이. 그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강당 내부에는 정적이 흘렀다. 제이케이와 지민의 조합 이라- 아무도 우리 둘을 붙여놓을 거라 생각치도 못했나 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힐끔 힐끔 내 눈치를 보며 손톱을 깨물고 다리를 흔들던 프란체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지민. 괜찮겠어? 불편하다면 내가 바꿔줄... 프란체의 말을 가만히 듣다보니 성질이 확 나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란체. 미안한데 화장실 좀 다녀올게.“
내 말을 뒤로 강당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오우 - 프란체 - 쥐민은 너 때문에 더 화난 것 같은데 .. 노우 노우 .. 새미 ,, 왜 지민 편만 들어 .. 제이케이도 쥐민이 불편할 텐데 .. 수군수군 - 언제나 늘 그랬듯이 아이들은 제이케이를 나의 경쟁상대. 또는 질투의 대상으로 알고 있다. 내 입장에선 어이없을 뿐이지만.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이케이가 지나갈 때마다 뚫어져라 응시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매번 전교 1등을 한 나에겐 하이스쿨의 첫 성적표에서 전교 2등이라는 등수를 처음으로 받 아봤으며 전교 2등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질투심과 호 기심이라는 감정도 처음 느껴봤던 순간일 것이다. 대체 내 등수를 가져간 애는 누구일까. 그 잘난 얼굴이나 보고 싶다. 그 말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제이케이. 그의 첫인상은 재수 없게 잘생겼었다. 지금도 짜증나게 잘생기긴 했지만 처음 봤을 때의 그 재수 없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얼굴이나 찌그러져 있으면 용서가 조금 되려나 싶었는데.
제일 재수 없었 던 것은 무성애자인줄만 알았던 내가 저 자식을 보고 굳었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로 제이케이만 보면 이상한 감정이 드는 내 심장을 확인하기 위해 하루에 수십 번은 제이케이의 교실 앞을 맴돌았던 것 같다. 제이케이가 나올 때까지 문 앞에서 이리 저리 방황하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습관적으로 표정을 굳히는- 그런 일상의 반복. 여 전히 제이케이가 내 앞을 지나가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으며 제이케이를 향한 내 마음은 결코 질투심으로 인한 심장 박동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제이케이를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할로윈 메이트
w. 작가
할로윈 파티의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스텝 댄스. 선곡되는 노래에 맞춰 한 팀씩 나와 춤을 춘다. 탱고부터 팝 댄스까지. 할로윈 메이트와 합이 잘 맞아야 댄스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기에 자신의 메이트가 누구인지 중요했다. 여기서 우승한 팀에겐 어마어마한 상금이 주어 지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다. 또, 할로윈 파티에서 메이트가 되면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는 소문이 꽤- 돌아서 모두들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자신의 할로 윈 메이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큰 기대를 안고 회장의 호명에 맞춰 소리를 지르거나 탄성 을 내뱉었다.
그리고 난 제이케이, 저 녀석과 할로윈 메이트가 된 것이었고.
화장실에서 대충 손을 씻은 후. 세면대에 툭툭 손을 털었다. 물기가 약간 묻어있었지만 딱히 상관없다. 어차피 마를 텐데. 지민. 이걸로 닦아. 혼자만 있는 줄 알았던 화장실에 제이케이의 등장이 나에겐 충격이었는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악- 제이케이- 네가 왜 여기 있 어. 화끈해지는 볼을 손으로 가리며 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어떻게든 여길 빠져나 가야해, 라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으며 제이케이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퍽- 하고 밀쳤다. 다른 때보다 쉽게 밀리는 제이케이에 지민은 웬일이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서 자리를 피하려고 화장실 밖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 지민. 나와 할로윈 메이트가 된 게 싫은 거야?”
우뚝- 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 제이케이를 바라봤다. 이미 눈물이 맺혀 그렁그렁한 제이케이의 눈은 내가 여기서 말 한 번 실수했다간 큰일 날 것 같은 눈이었다. 아니- 어쩔 수 없 이 고개를 숙이며 제이케이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이케이는 눈을 슥 닦더니 내 손목을 잡으며 나를 제이케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럼, 왜 나를 피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 난 너와 메이트가 되어서 기쁜데..”
그야. 쑥스러우니까 그렇지- 기쁘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 괜히 사람 설레게 하네. 자신이 지금 나한테 무슨 말은 하고 있는지는 알까?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들어 제이케 이의 푸른 눈동자를 쳐다봤다.
“난 너 피한 적 없어. 제이케이.”
“지민. 내가 싫다면 지금이라도 바꿔달라고 부탁할게.. 난 지민이 불편한 게 싫어..”
“제이케이.”
“...”
“하자. 나중에 싫다고 해도 안 바꿔줄 거야.”
후회 안할 자신 있어? 제이케이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한 나다. 어차피 할로윈 메이트가 되면 내가 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것이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후회할 사람은 제이케이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더 겁이 났다. 제이케이. 너는 과연 지금과도 같 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나와 할로윈 메이트가 되어서 기쁘다는 말을. 기쁘다. 라는 말이 후회되고 혐오스럽다. 라는 말로 다가올까 봐 늘 두려웠다. 다른 애들처럼 차라리 제이케이 마저 내가 그를 견제하고 질투한다는 생각 속에서 사는 게 더 나을 텐데.
“지민. 나는 절대 후회 안 해.”
퍽이나 그러겠다. 나는 끄덕이는 제이케이에게 손짓을 하며 인사하고 나왔다. 부디 할로윈 파티가 무사히 끝나길. 주님에게 빌어야지.
*
지민- 지민- 여기서는 이렇게 움직여야해. 헉헉거리는 숨을 참으며 제이케이의 리드에 맞 춰 스텝을 따라했다. 쟤는 무슨 심장이 2개도 아니고. 더 이상 춤 연습하긴 무리야- 제이케 이. 나는 간절하게 제이케이를 바라봤다. 조금 만 쉬다 연습하자, 제이케이. 끄덕거리던 제 이케이는 내 손에 물병을 쥐어줬다. 이거 마셔- 힘들다며. 30분 뒤에 다시 연습하기로 약 속. 제이케이는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나에게 자신의 손가락을 걸어달라는 듯이 눈짓했다.
약속-
내가 새끼손가락을 그의 손에 걸자 제이케이는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도 역시나 다정한 제이케이다. 오랜 연습에 제이케이도 목이 말랐는지 벌컥 벌컥 물을 마셨으며 그 모습은 생수 광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과 물이 넘어갈 때마다 크게 파동 치는 목젖의 콜라보가 환상적이다 못해 섹 시했다. 내 노골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제이케이는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서로를 오랫동안 응시하는 우리의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과도 같았다. 안되겠다, 싶어 나는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먼저 말을 걸었다.
“제이케이.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응.”
너무나도 쉽게 대답하는 제이케이에 실망해버린 나였다. 차라리 아니라고 대답해주지. 제이 케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번에 스테파니와 둘이서 밥을 먹던데. 아마 스테파니 를 좋아하는 것이겠지. 아니다- 서로 좋아하고 있겠네. 제이케이는 얼굴도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제이케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좋겠다. 누군지도 모를 그 대상에게 질투 를 느낀다, 라- 내 자신이 한심하다 못해 초라해보였다. 역시나- 짝사랑은 할 게 되지 못한다.
“그래서- 할로윈 파티 때 고백할거야?”
“응. 스텝 댄스 하고 나서.”
제이케이의 대답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와 닿는 정도가 생각보다 더 아팠다. 다른 사 람과 사귀는 제이케이라니. 할로윈 파티가 느리게 왔으면 좋겠다. 제이케이와 함께 연습하 는 순간들이 나에게 소중하게 느껴지기에 이 순간들을 조금만 더 즐기고 싶었다. 애써 웃으 며 제이케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 사람은 좋겠다. 제이케이가 고백하니까-”
“아닐걸. 나 혼자 좋아하고 있는 건데.”
으음.. 그럼 스테파니가 아닌가.. 기억나지 않는 머릿속을 짜내어 제이케이와 최근 친하게 지냈던 여자 아이를 생각해냈다. 아, 제니퍼. 며칠 전, 프란체가 둘이서 같이 하교하는 모습 을 봤다고 했어. 어떻게 제이케이 혼자 짝사랑을 할 수가 있지. 제니퍼 정말 안목이 없는 것 같아. 뒤돌아 혼자 씩씩거리며 내가 제니퍼를 욕하는 사이 제이케이는 내 어깨를 톡- 쳤다.
“지민은 좋아하는 사람 없어?”
제이케이의 질문에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
“아- 없구나.”
혼자 중얼거리는 제이케이에 방황하던 입에서 나도 모르게 진심이 나와 버렸다.
“좋아하는 사람 있어!!!!”
순간 입을 턱하고 막았지만. 이미 제이케이가 들어버린 후였다. 아 - 지민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갑자기 표정이 굳어진 제이케이에 당황한 나는 다운된 분위기를 업 시키려 이제 그만 일어나서 춤을 다시 연습하자고 했지만, 지민 지금 힘들다고 했으니까 다음에 연습하 자. 라는 말을 끝으로 제이케이는 쾅- 소리와 함께 연습실에서 나갔다. 연습실에 홀로 남겨 진 나는 멍하니 제이케이가 깜빡하고 두고 간 열쇠고리를 바라보며 시간을 흘러 보냈다.
다음 날, 별 다를 것 없이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보냈다. 그 다 다음 날도. 다만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제이케이가 나를 봐도 인사하지 않고 간다는 점이었다. 스텝 댄스 연습을 하며 꽤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하루 종일 우리 둘의 표정이 굳 어있는 것을 본 아이들 사이에선 나와 제이케이 둘 다 할로윈 메이트로 인해 화가 단단히 났다, 라는 소문이 퍼져 우리 둘의 사이는 더 안 좋게 과장되어졌다. 이러한 소문들은 딱히 상관 쓰이지 않지만, 제이케이가 나를 고의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제이케이도 나에 대한 소문을 들었나, 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내가 제이케이를 재수 없 게 생각한다는 소문 때문에 나를 피하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해명하러 갈 생각이 있는데. 머릿속이 터질 듯이 어지러운 나였다. 더 이상 나를 피하는 제이케이의 모습이 보고 싶지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연습실에 두고 간 열쇠고리를 준다는 핑계로 결국 제이케이를 만나 러 그의 반 앞에 도착했다. 멀리 앉아있는 제이케이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제이케이를 부르 러 그의 반에 들어갔지만 제이케이는 환한 얼굴로 제니퍼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이케 이는 제니퍼를 좋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애써 미소를 띄우며 제이케이를 불렀다. 제이케이 - 제이케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 자기를 부르고 있는 나를 쳐다봤다. 가 만히 서있는 내 모습을 보자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 눈에 확연히 보였다.
“왜 왔어. 지민.”
나한테 하는 첫마디가 왜 왔어, 라니.
“아.. 저번에 열쇠고리 놓고 가서.”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이들이 우리를 보며 수근거렸다. 이에 나는 제이케이 의 손목을 붙들고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찌어찌 자리를 옮긴 곳이 옛 물건을 놔 두는 창고여서 어둡긴 했지만 조용해서 얘기를 나누기엔 좋은 장소였다. 제이케이의 눈치를 보며 나는 조심스럽게 먼저 말을 꺼냈다.
“제이케이.”
“왜 지민.”
“혹시 너도 내 소문 들었어?”
“응.”
역시나 들었구나. 제이케이가 내 소문을 듣고 피해주길 바랐던 것은 정작 나 자신이 아니였 던가. 그런데 왜- 제이케이가 피하면 피할수록 아픈 것은 나인 걸까.
“지민. 나도 궁금한 게 있어.”
“뭔데..”
“태태의 어디가 좋은 거야.”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었다. 내가 태태를 좋아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태태를 좋아한다니.”
난 널 좋아하는데-
“네가 방금 소문 들었냐고 물어봤잖아.”
“응.”
“지민, 네가 태태 좋아한다며.”
헛소문이다. 누가 그런 소문을 퍼트렸는지 찾아내는 날엔 죽었어-
“제이케이.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 몰라도. 난 태태 안 좋아해.”
“지민- 말도 안 돼. 애들한테 다 들었다고-”
난 너 좋아한다고 - 제이케이 -
결국. 터트려버렸다. 이 길고 긴 싸움 끝을 끝내기 위해. 더 이상 제이케이를 볼 용기가 나 지 않는다. 제이케이는 머지않아 나를 혐오하게 될 테니까. 프란체에게 할로윈 메이트를 바꿔달라고 부탁해야겠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제이케이를 창고에 홀로 남겨두고 나는 그에게서 멀리 도망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계속 달리다보니 어느새 집 앞까지 도착했다. 무단 조퇴는 처음인데- 이것도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제이케이에게 고백을 하면 모든 게 다 두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후련하다. 더 이상 제이케이 때문에 머리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 합리화란, 역시나 무서운 것이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학교에 왔다. 아이들은 나를 걱정하며 이것저것 물어 봤지만 내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아니 - 괜찮아 . 지금은 조용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다. 할로윈 파 티는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가 않았으며 나는 프란체에게 파트너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뭐, 프란체는 귀찮긴 해도 착한 아이니까. 그렇게 모든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거라 믿었는데.
미안해. 지민아. 제이케이가 단호하게 거절하는 바람에.
제이케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통 알 수가 없다. 고백을 하고 제이케이에게 당연히 차인 줄만 알았는데. 계속 할로윈 메이트를 하자니. 아마 제이케이는 나쁜 속성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더 이상 제이케이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는데, 제이케이가 단호 하게 거절을 해버리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될 때로 되자 싶어 제이케이의 번호를 알아내 문자를 보냈다.
[ 제이케이. 지민인데 끝나고 나 좀 보자. ]
[ 응. 지민 ]
모르겠고 제이케이를 만나서 따지던가 해야겠다. 차인 마당에 찬밥 가릴 게 뭐가 있나. 내 감정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 제이케이가 나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궁금하고. ‘혐오’ 하는 표정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여전히 할로윈 메이트를 하자 고 하면 더 이상 제이케이와 친구로도 남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제이케이와 친구라는 관계 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난 그거만으로 충분하다.
똑똑 -
지민 , 거기 있어 ?
제이케이의 목소리다. 제이케이한테 차였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에 설레고 두근거리는 내 자신이 웃기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지만. 상대방을 잊는다는 것은 자신에게 너무나도 가 혹한 행위이다. 더욱 더 사랑했을수록 아픈 것은 자신이기에 사랑 또한 함부로 할 게 안 된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온 제이케이는 나에게 손으로 인사를 해줬다. 제이케이의 표정은 무척이나 들떠보였으며 아마 오늘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또한 친구로 계속 지내 자는 의미겠지. 내 고백은 제이케이에게 잊혔나, 보다. 아무렇지 않은 제이케이의 모습을 보 아선 역시나 난 그에게 차인 것이 확실하고. 나를 만약 약간의 확률로 좋아했다면, 그 자리에서 받아줬겠지.
“지민. 그 때는 미안했어. 내가 괜한 오해를...”
“오해는 무슨- 어차피 끝난 일인데.”
“어..?”
“됐고. 제이케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와 할로윈 메이트를 계속 이어가자는 거야? 내가 불편해 할 것 알면서 그러는 거면...”
“그건 절대 아니야. 지민.”
“그럼 뭔데.”
“미안하지만 말해줄 수 없어.”
“제이케이.”
“지민.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나와 할로윈 메이트가 되어주지 않겠니..? 부탁이야.”
부탁이야 - 제이케이의 표정은 무척이나 간절해보였으며 아까와 다르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만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어..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제이케이 앞에선 한없이 약 해지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그 놈의 제이케이가 뭐 길래, 할로윈 파티가 끝 나면 거리를 멀리 두어야겠다고 다짐한 나였다.
*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0월 31일. 학교의 대 행사라고 볼 수 있는 할로윈 파 티를 준비하느라 학생들은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 결과 이번 할로 윈 파티는 역대 급으로 규모가 크며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졌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렇 게 열심히 준비하면 뭐하나, 정작 다른 학생들은 스텝파티에만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데. 새로운 만남과 사랑을 기대하는 스텝파티. 이래서 하이라이트라고 하나보다.
나 또한 할로윈 파티를 위해 아침부터 할로윈 분장을 하였으며 할리퀸 ‘지민’이 탄생하였다. 빨간색과 파란색 염색 스프레이를 찾아다니라 꽤나 고생을 했으며 여러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할리퀸을 흉내 내기 위해 다양하게 화장도 해봤다. 그 결과, 내가 생각해도 할리퀸 못지 않게 예쁜 미모를 소유한 퀸-은 말고 프린세스- 정도 되는 것 같다. 어느덧 제이케이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가왔으며 내가 소품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지민의 집이 맞나요 ?
이 목소린 제이케이다.
제이케이는 조커로 분장한다고 과거에 말한 적이 있기에 기대되는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어 준 나였다. 문 사이로 초록색 머리의 제이케이가 보였으며 그의 미모에 오늘도 감탄을 하게 되었다. 역시나 잘생긴 제이케이다. 제이케이 또한 나의 할리퀸 분장이 색달랐는지 나에게 눈을 떼지 못하였다.
지민 . 예뻐 .
찬 상대에게 할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이케이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잘생기다는 말도 아니고. 예쁘다, 라는 말을 마음에 들어 하는 내 자신이 어이없긴 했지만- 기분 좋은 걸 어쩌라고- 뒤늦게 나도 제이케이의 말을 받아줬다.
제이케이 . 너도 잘생겼어 .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제이케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럼 갈까 -
할로윈 파티의 스케일은 더 커졌지만 여전히 재미없다. 감동도 없고. 차라리 게임기 몇 대 를 갖다 놓고 즐기는 게 몇 배는 더 재밌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학생들의 성의가 있어서 차마 그런 말은 하지 못하겠다. 제이케이는 부스 활동 때문에 많이 바쁜 듯하였다. 나는 부스 담당자도 아니고. 참여하기도 귀찮고. 운동장 구석에서 프란체와 주스를 쪽쪽 빨 아먹는 나였다. 피 맛 주스라고 해서 샀더니- 딸기 주스여서 실망을 가득 가진 채 프란체에 게 투덜거리며 저 멀리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제니퍼를 지켜봤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니퍼를 향한 시선을 느꼈는지 옆에 있던 프란체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있잖아- 지 민. 오늘 제니퍼가 글쎄 제이케이한테 고백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네가 보기에도 괜찮은 한 쌍이지 않니..? 지민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으며 순간, 자신도 아차 싶은 프란체였다. 그..그 게 아니라.. 네 앞에서 제이케이라는 이름을 꺼낼 생각은 없었는데.. 아 지민..
프란체는 착한 아이이긴 하지만 더럽게 눈치가 없다 .
“30분 뒤. 스텝 댄스를 시작 하겠습니다-”
박수와 아이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스텝댄스의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였다. 나 또한 걱정 반 - 기대 반-으로 무대를 관람했다. 나와 제이케이의 순서는 드라마에서만 보던 것과 같이 마지막이었다. 이미 끝난 마당에 어차피 나와 제이케이는 이뤄질 수가 없기에 나에게 순서 란 별 의미가 없었다. 순서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아직도 부스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는지 제이케이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순서여서 지금은 상 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첫 번째 무대가 시작되었으며 격렬한 탱 고 춤을 추며 파티를 완벽하게- 즐기는 듯했다. 그리고 이 무대의 마지막엔 역시나 고백이 있었으며 아름답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자 애가 남자 애한테 고백을 했다. 이런 맛에 스텝 댄스를 하는 것 같다.
이제 나와 제이케이 앞에는 4팀 밖에 남아있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은 타 들 어갔다. 제이케이가 얼른 와야 할 텐데. 제이케이에게 문자도 남겨봤지만 읽은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결국, 나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제이케이를 찾아 떠나기로 했다. 제발- 제이케이 를 만나게 해달라며 신까지 소환하는 나였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간절한 지는 잘 몰라도 이 일은 마무리 시켜야겠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제이케이를 찾는데 노력했다. 하지만 어디에 납치된 건 아닌지. 제이케 이의 솜털 한 가닥도 보이지가 않았다. 제이케이와의 무대는 무산되나- 싶었는데. 나도 모 르게 저 멀리 보이는 환한 빛줄기를 향해 홀린 듯이 걸어갔다. 빛줄기의 끝엔 의자에 앉아 있는 제이케이가 보였다. 드디어 찾았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제이케이를 부르려고 했는 데. 제니퍼. 그녀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제니퍼가 제이케이에게 고백을 했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앉아버렸다.
짝사랑은 실망만을 안겨준다 .
결국 제이케이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스텝댄스가 열리고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 곳엔 제이케이가 이미 와 있었으며 나의 허탈한 표정을 보고선 걱정된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지민. 괜찮아?”
그렇게 다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 내 자신이 더욱 더 초라해지는 것 같다. 제니퍼한테만 다정하게 해주지-
“다음 순서는 지민 앤드 제이케이!!!!!”
멀리서 우리 둘을 부르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나와 제이케이의 차례가 왔다. 우리 둘을 비추는 스포트 라이트. 환한 빛 아래에서 시작 동작을 준비하는 나와 제이케이였 다. 셋- 둘- 하나-
잠시만요 -
마이크를 넘겨받은 제이케이가 갑자기 손가락을 비틀어 큐- 소리를 냈다. 제이케이의 솔로 퍼포먼스구나 싶어서 제이케이를 지켜봐야지 싶었는데. 제이케이의 팔이 내 허리를 감싸 안 았으며 어느새 내 어깨는 제이케이 품 안에 들어와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 이 되지 않던 나는 제이케이만 멀뚱히 바라봤다.
반주에 맞춰 제이케이는 리듬을 타고 있었으며 제이케이의 솔로 무대가 시작되었다.
I'll be there for you.
내가 너의 곁에 있어줄게 .
I'll be there for you.
내가 너의 곁에 있어줄게 .
When you're screaming,
아무리 크게 소리 질러
but they only hear you whisper
아무도 너를 듣지 못할 때 .
I'll be loud for you.
내가 더 크게 소리칠게 .
But you gotta be there for me too.
하지만 너도 내 곁에 있어줘야 해 .
지민 - 내 곁에 오래토록 머물러 줄 수 있어 ?
고백. 지금 제이케이가 나에게 하고 있는 건, 고백이 확실하다. 하지만 왜- 나에게, 이제 와 서 왜- 나를 찰 땐 언제고.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든다. 그 동안 제이케이에게 했던 마음 고생을 생각해보면. 뚝뚝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며 제이케이는 당황하며 나에게 손수건을 건네줬다. 지민 - 내가 너무 과도하게 - 공개된 장소에서 고백을 해서 그런 것이라면 - 이런 다정한 모습들 때문에 나 혼자 착각하고 아파하고 상처받았던 과거의 나날들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제이케이. 한 가지만 묻자.”
“응.. 지민..”
“그 때 왜 나 거절한 거야.”
“...네가 대답할 여지를 주지 않았잖아. 그렇게 멋대로 혼자 가버리고..”
“어..?”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퍽- 하고 맞은 기분이다. 그렇다면 여태껏 나 혼자 차였다고 지랄발광을 했던 것이었잖아.
“제이케이. 한 가지만 더 묻자.”
“으응..”
“아까 제니퍼는 또 뭔데. 왜 둘이서 얘기하고.”
“그게..”
“...”
“제니퍼가 고백해서 내가 지민을 좋아한다고 거절했어.”
그래서 아까 교실 안에서 제니퍼의 표정이 어두웠구나..
“제이케이 진짜...”
“네가 고백했을 때 너무 기쁜 나머지.. 대답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너 혼자 도망치면..”
제이케이의 울먹이는 얼굴에 나는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미안해 - 제이케이 -
제이케이를 꼬옥- 끌어 안아주며 나는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 제이케이는 흘리던 눈물을 멈추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제이케이는 내 양 옆 볼을 잡으며 지민- 키스해도 될까-, 라고 물어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살포시 감았다. 제이케이는 나에게 살며시 입을 맞추었으며 우리의 키스는 할로윈 밤의 달콤한 입 맞춤이라 말할 수 있다. 달콤하다 못해 입 안에서 달콤함이 아직까지 맴도는. 입을 뗀 제이 케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내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나를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지민 . 저와 함께 춤추시겠습니까 ?
.
.
.
우리의 밤은 여전히 달콤할 것이다- 할로윈 파티의 첫 입맞춤처럼.
__할로윈__메이트__fin___
둘의 외전은 나중에 포타에 올릴게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